
독일 전통양조방식의 수제맥주 통영 라인도이치
깔끔한 독일맥주의 정석. 통영 라인도이치 브루어리.
간만에 떠난 국내 브루어리 투어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만났다. 바로 통영 라인도이치 브루어리.
라인도이치는 2019년 설립된 브루어리로 세계적인 부르마스터 랄프 게베트(Ralf Gerwert)를 영입하여 맥주 순수령에 기초한 독일 전통 양조방식으로 수제맥주를 만든다.
독일 전통 양조방식의 수제맥주. 이 브루어리를 알게 되는 순간 망설임없이 23년 마지막 여행지는 통영으로 결정났다. 오로지 이 맥주를 마셔보기 위해.
통영 라인도이치 매장 위치와 분위기
라인도이치는 약간 외진 바닷가 바로 앞에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보면 어라?? 이런곳에 정말 있나? 싶은 곳이었다. 내가 외지인이라 길을 잘 몰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택시에서 내리면 바로 시원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겨울의 5시에 방문한 나는 해가 살짝 넘어가는 핑크색의 더 예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들어선 매장은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차분한 색감의 나무, 벽돌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보통 브루어리라기보단 고급스러운 패밀리레스토랑에 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손님과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커플들이 많았다. 테이블 간격도 충분히 넓어서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기에도 너무 좋았다.
또한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은 3개였는데 이 테이블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고 하니 데이트를 하실 분들은 미리 선점하시길 추천.



라인도이치 수제맥주 라인업
바이젠, 헬레스, 필스너, 골든에일, IPA, 바이젠복. 총 6가지로 스타우트 계열은 없었다.
그리고 독특했던 점은 보통 수제맥주라고하면 브루어리만의 이름을 짓기 마련인데 여기 맥주들은 바이젠, 헬레스 필스너 등 그냥 맥주의 종류로 주문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이름만 보고도 어떤 맛의 맥주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장점이라면 장점.


또 다양하게 맛볼수 있도록 3종과 6종을 고를 수 있는 샘플러도 있지만 “나는” 시킬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밑에 “샘플러 잔으로 마실경우 오리지널 잔으로 드시는 것보다 맛이 조금 덜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맛이 덜 할 수 있다니. 절대 그렇게 마실수 없다. 주인장이 그렇다면 그런거다. 괜히 적어둔게 아닐테니.
자 그럼 맥주마시기 1번부터 시작.


1. 바이젠(Weizen, 상면발효, 도수 5.3~5.7, 밀맥주, 400cc)
바이젠은 보리맥아와 밀맥아를 절반씩 섞어 만드는 독일의 대표적인 상면발효 맥주이다. 역시 독일전통양조방식으로 만든다더니 1번이 바이젠이다.
이 맥주의 특이한 점은 효모의 특성상 발효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바나나같은 과일향이 난다는 것이다. 절대 인공적인 향을 넣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바이젠 특유의 바나나향을 좋아하진 않아서 사실 잘 주문하지 않는 맥주이긴하다. 하지만 이곳의 바이젠은 향이 강하지 않은데 목넘김이 부드럽고 왠지 달콤한 느낌이 들어 마시기 좋았다.
2. 헬레스(Helles, 하면발효, 도수 4.7 ~ 5.2, 500cc)
헬레스는 독일의 전통적인 페일라거이다. 이곳의 헬레스는 홉과 몰트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필스너보다 쓴맛이 적고 조금 더 무거운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 되어있었다.
마셔보니 밸런스가 좋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청량하고 적당한 탄산감이 있어 여름에 마시면 더 맛있을것 같은 맥주였다. 하지만 나는 헬레스가 많이 가벼운 느낌이 들어 바이젠이 더 입맛에 맞았다.


3. 필스너(Pilsner, 하면발효, 도수 4.7~5.2, 500cc)
수제맥주 라거의 가장 기본 형태인 필스너는 일반적인 라거와 비교해보면 홉의 향과 쓴맛을 더 잘 느낄수 있는 맥주이다.
라인도이치의 필스너는 홉의 향이 굉장히 세고 얼핏 바이젠인가? 싶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느껴졌다.
아마도 과일같은 아로마향이 나서 그렇게 느꼈을수 도 있겠다.
그래도 역시 라거는 라거. 약간의 바디감은 있지만 탄산감도 있어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맥주였다.
4. 골든에일(Golden Ale, 상면발효, 도수 4.7~5.2, 400cc)
여러가지 과일향과 진한 아로마향으로 Silky한 바디감을 느낄수있고 대부분의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식전주로 마시기를 추천하고 있었다.
설명대로 밸런스가 좋은 아로마의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졌고 나는 약간의 스파이시한 맛이 났다.
가벼운듯 하지만 바디감이 부드러워 기분좋게 넘어갔다. 에일치고는 탄산감도 꽤 있어 여름에도 잘 어울리는 맥주였다.
수제맥주에서 느낄수 있는 홉의 향과 아로마때문에 에일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충분히 잘 마실 수 있을 법한 편안한 맛이었다.


5. IPA(Indian Pale Ale, 상면발효맥주, 도수 5.0 ~ 5.7, 400cc)
다른 맥주에 비해 IPA는 홉을 풍부하게 사용해 강한 홉향과 쓴맛이 특징이고, 귤같은 아로마향이 나는 맥주이다. 홉향을 살리느냐, 과일같은 향을 더 살리느냐에 따라 브루어리마다 전혀 다른맛 난다고한다.
사실 내가 브루어리 투어를 다니면서 IPA를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각 브루어리마다 개성이 제일 뚜렷한 맥주이기 때문이었다. 그 브루어리의 맥주를 내 입맛에 맞다 아니다를 판가름 해주는 기준도 IPA.
라인도이치의 IPA는 농도가 짙고 약간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홉의 향과 과일의 향이 어느하나 치우치지 않고 마시면 카라멜같은 달콤함과 고소함이 느껴지고 끝에 홉의 쌉쌀함이 살짝 기분좋게 올라온다.
캔으로 포장해 집에서 마셨을때도 아, 맛있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IPA 중에서도 레벨이 높은 느낌.
내입맛에는 완전 합격.
6. 바이젠 복(Weizen Bock, 상면발효, 도수 7.3~7.7, 500cc)
바이젠 특유의 진한 풍미에, 높은 도수, 묵직한 바디감과 강렬한 끝맛을 지닌 Bock beer. 진한 맥주.
설명만으로도 그냥 딱 내 타입이다. 라인도이치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이 아이.
그런데 그 몸값 제대로 한다. 맛이 미쳤다. 그냥.
바이젠 복이라 특유의 바나나정향이 많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 향보단 도리어 진한 홉향의 밸런스가 더 돋보였다. 진한 맛에 묵직한 바디감, 질감도 부드럽고 쌉쌀함이 정말 탁월하다.
그리고 처음에는 도수가 왜 높다는거지 싶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다른 맥주에 비해 확실히 도수가 높음이 점점 느껴졌지만 부드럽게 올라와 그마저도 기분이 좋았다.
진한 와인처럼 느껴지는 이 맥주는 안주 없이 이 맥주 자체만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고 싶어졌다.
라인도이치에서 한잔만 마실 수 있다고하면. 이거. 바이젠 복. 이게 오늘의 내 원픽이었다.
통영 라인도이치 음식 메뉴
라인도이치에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방문하는 맛있는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아니라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과 함께 찾아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음식메뉴가 너무 잘 준비되어있었다.
수프, 샐러드, 커틀릿, 리조토, 파스타, 스테이크, 피자, 햄버거 등등 식사 메뉴가 너무 다양했다.






맥주 안주로는 특제 모듬소제지, 문어새우튀김, 멕시칸 딥소스와 나초, 버거종류까지..
그 중 내가 주문했던것은 특제 라구소스로 만든 라구 치즈피자와 오리엔탈 치킨샐러드였다.
특히 치킨샐러드가 맛있었는데 튀기지 않고 구운 닭다리살이 쫄깃하고 담백했고 야채도 풍성해서 맥주맛을 해치지 않고 즐기기 너무 좋았다.


오늘 다녀온 라인도이치는.
우리나라에서 독일 전통의 수제맥주 양조 방식으로 만드는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마셔보겠다는 이유만으로 6시간 걸려 통영까지 갔다. 그리고 간 보람 있었다. 맛있게 마셨고, 포장도 야무지게 해왔다.
포장하면 할인을 해주시는데 500cc 바이젠복만 7천원, 나머지는 5천원. 그바람에 모든 종류를 2세트씩 구매하고 원픽이었던 바이젠복만 1개 더 구매해왔다.
그나저나 독일에서 마시면 더 맛있겠지. 이러다 조만간 독일까지 맥주마시러 가겠다.
언젠간 맥주 마시러 가긴 하겠지만. 전세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