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제맥주 독립을 위해, 정동 독립맥주공장
국내 브루어리 투어(Korea Brewery Tour),  브루어리 투어(Brewery Tour)

맥주의 독립을 꿈꾸다 – 정동 독립맥주공장

정동 독립맥주공장 (Indie beer), 맥주 한잔에 담긴 이야기.

의도한건 아닌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한 만세운동을 시작했던 역사적인 날인 3월 1일의 연휴에 맞춰 정동 독립맥주공장 에 다녀온 후기를 올리게 되었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왠지 독립이라는 글자가 똑같이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도 이 브루어리는 뭔가 치열하게 싸워오면서도 위풍당당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극히도 개인적으로 내가 ‘독립’이라는 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감정이 반영 되어 그런 것 같지만,

어찌보면 독립맥주공장의 위치가 위로는 경희궁, 아래로는 덕수궁, 바로 옆에는 독립운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화학당의 전신 이화여고 같은 장소에 둘러싸여 있어 더 그럴 수도.

하지만 실제로는 역사적인 사실인 독립운동과는 관계없이,

독립맥주 Indie beer로 이름을 지은 것은 수제맥주가 단순히 술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이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출처 : 윤한샘 양조사님의 브런치 글 중에서 발췌)

정동 독립맥주공장 은..

매장에 들어서니 작지만 깔끔하고 가지런히 정리된 맥주탱크들이 보였다. 인스타에서는 광장처럼 엄청 커보였는데 생각보다 매장이 크지는 않았다.

아마도 야외 테이블을 사용할 수 있어서 꽤 크게 느껴진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테이블에서 맥주탱크가 잘 보이게 배치되어있는 부분이 좋았다.

평일 월~금요일까지는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오픈이고, 특이하게도 매주 일요일이 정기 휴무였다.

나는 당연히 토요일 3시 오픈런 🙂

테블릿으로 맥주와 안주를 주문할 수 있었고, 종이로 된 메뉴는 현재 탭으로 배치된 맥주와 종류가 다르다고 하셔서 받지 않았다.

사실 태블릿은 주문과 결제가 너무나도 편해 정말 선호하지만, 한눈에 맥주 종류를 보면서 고르기에 조금 어려워 종이메뉴와 동시에 보는걸 좋아한다. (먹어보고 싶은 맥주가 많아 생기는 결정장애ㅋㅋ)

아무튼, 그래서 따로 맥주 메뉴 사진은 없지만, 오늘 주문 가능한 맥주는 총 7종, 내가 주문한 맥주도 총 7종.

첫번째 맥주 : 정동라가, 정동다반사, 그리고 안주는 불고기피자

1. 정동다반사(Jeongdong Dabansa), ABV 5.9%, IBU 25, 30번째 배치

독립맥주공장의 시그니처 맥주. 더블드라이홉 Hazy IPA이다. 생각보다 탁하지 않아서 외관만으로는 HAZY IPA 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맛에서도 크게 튀지 않는 열대과일의 느낌을 받았고 두번째 모금부터는 시트러스하긴 하지만 달콤한 맛이 조금 더 느껴지고 끝에 남는 홉의 향이 은은하게 있었다.

독립맥주공장의 독특하고 좋은 점이 맥주 메뉴에 몇번째 배치인지 표시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마신 정동다반사는 30번째로 만든 맥주였고, 인스타를 보니 딱 3일 뒤 31번째 정동다반사가 배치 되었다. 31번째 그 맥주는 정말 HAZY스럽게 색이 복스럽고 예쁘게 나와있었다.

아마도 내가 마신 정동다반사가 거의 마지막 맥주인 듯 했다. 그래서 폭발하는 쥬시함이나 HAZY IPA!!스러운 그런 맛이 줄어든 상태가 아닌가 싶다. 매우 아쉽…

다음에는 새로 배치되는 것 확인하고 재빨리 마시러 가봐야겠다. 대부분의 수제맥주는 시간이 생명이지만 특히 IPA종류는 더 그럴테니.

아, 참고로 저 잔이 좀.. 불편했다. 한 손으로 잡기에 사이즈가 애매하고 동글동글해서 잔을 들 때 떨어뜨릴까 많이 불안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밑을 받치고 마셨다. 꼭 다도 할 때 찻잔을 드는 것처럼.. 아마 술에 취해 잡으면 나 같은 덜렁이는 조금은 위험할지도.

2. 정동라-가(Jeongdong Lager), ABV 4.5%

오늘의 원픽 맥주 정동라-가.( 라거 아니죠, 라-가 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그 느낌적 느낌)

보통 라거를 생각하면 가벼운 느낌의 페일라거를 상상할테지만, 이 아이는 언필터드 필스너다.

언필터드라서 라거치고는 꽤 불투명한 외관을 가졌다. 약간 쌉쌀하고 묵직한 맛의 라거로 진중한 가운데 은은하게 느껴지는 시트러스함이 정말 좋았다.

폭발하는 탄산감은 아니지만 충분히 청량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향이 좋아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집에 모셔갈 픽업용 맥주는 이 정동라-가로 결정.

오늘의 정동 독립맥주공장 안주는?!

레몬치킨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불고기 피자. 위에 파채가 올라가 있는 것이 독특했다.

크러스트도 바삭거려서 보통 빵같은 질감의 도우가 아니라 페스츄리같은 느낌이었다.

불고기는 분쇄 소고기로 양념되어 있고 피자 자체의 맛은 좋았지만, 위에 올려진 파채가 향이 너무 강해 맥주를 마실 때 약간 방해되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새로 배치된 정동다반사를 마실 때는 레몬치킨을 주문하는걸로!

정동 독립맥주공장 두번째 맥주 : 정동의 겨울, 유관순 빨래터

3. 정동의 겨울(Jeongdong in a winter), ABV 6%, IBU30, 4번째 배치

이게 대체 무슨 맥주일까 맞춰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맥주 스타일을 이야기 할지 궁금했다.

내가 이 맥주를 처음 본 느낌은 너무도 불투명한 흑갈색이라 마치 쌍화탕 같았다. 그것도 정말 진하게 우리고 달여낸.

마셔보니 시나몬의 향이 굉장히 진하게 느껴져서 마치 알콜이 들어간 수정과 같은 맛이었다. 이게 맥주 라고? 싶을 정도로.

실제로 이 맥주는 카카오닙스와 시나몬 향이 가득 들어있는 시나몬 앰버에일이라고 했다. 겨울에만 나오는 한정메뉴로 추운 겨울 오들오들 떨다가 들어와 마시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일단 나에게는 시나몬 향이 너무 진해 맥주스럽지 않은 맛이라 조금은 낯선 느낌.

4. 유관순 빨래터, ABV 7.9%, IBU 15, 4번째 배치

도펠복 라거로 7.9%의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는 맥주. 투명하고 예쁜 붉은 색이었다.

탄산감은 거의 없고 마치 크림브륄레의 겉면에 설탕이 그을려진 것 같은 그런 달콤한 향과 맛의 맥주였다.

원래 여름과 가을에는 복비어로 출시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도펠복으로 나왔다고 한다. 깔끔한 느낌의 맥주였지만 그래서 그런지 높은 도수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역시 도펠복.

세번째 맥주 : 정관헌의 향기, 작은 소녀상, 이화1886

5. 정관헌의 향기- English IPA, ABV 5.7%, IBU 20, 2번째 배치

덕수궁에 있는 서양 스타일의 정자 이름이 정관헌 이라고 한다. 영국 정통 IPA스타일의 맥주로 약간 불투명하고 탁한 외관의 어두운 오렌지색이었다.

홉은 골딩스2종류로 적혀있었는데 의외로 마셨을 때 홉 향 보다 맥아적인 달콤함이 끝까지 입에 오래 남는 맛이었다.

나는 맥주 기록을 할때 어떤 스타일의 맥주인지 헷갈리지 않도록 받자마자 사진을 찍고 바로 이름과 맛에 대해 메모해 태그를 달아두는데,

태그에 분명 정관헌이라고 적혀있고, 태블릿 메뉴사진에도 정관헌으로 되어있는데, 나중에 보니 영수증에 영길리IPA라고 되어있어서 이름이 헷갈려 뭐라 적어야할 지 한참을 고민했다.

아무래도 미지의 그 영길리IPA마시러 다시 가긴 해야 할 듯.

6. 작은 소녀상(The little statue of peace girl), ABV 7%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 옆 작은 소녀상의 굳건함을 담은 맥주라고 한다. 바이젠복으로 불투명하고 어둡지만 꽉찬 것 같은 느낌의 붉은 색이었다.

밀맥주에 탄 맥아가 좀 들어간 느낌이었고, 굉장히 묵직하고 향이 꽤 달콤했다. 천천히 한잔을 두고 이야기하며 마시기에 좋은 맥주였다.

7. 이화1886(Ewah 1886), ABV 5%, 9번째 배치

오늘 정동 독립맥주공장에서 가장 밝고 투명한 외관을 가진 맥주였다. 바로 바이젠. 작은 소녀상을 마시고 비교해보고 싶어서 주문했다.

가볍고 텁텁하지 않은 바이젠이었다. 크리스탈 바이젠처럼 깔끔한 느낌이었고, 바나나와 정향이 조화로워 부담스럽지 않아 맛있었다.

너무 진하고 묵직한 바이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딱 좋은 질감과 정도의 맥주였다.

정동 독립맥주공장 은 브루어리만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래저래 포스팅을 하려고 정보를 찾다보니 정동 독립맥주 공장의 양조사님은 브루어리 운영만 하시는건 아니었다.

사단법인 맥주문화협회를 설립해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며 수제맥주에 대해 교육도 하고, 문화적인 측면까지도 같이 다루는 일도 하고 계셨다.

더구나 대학교 호텔외식 조리학부와 산학협력을 체결 해 맥주전문가와 전문 요리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좀더 이 세계에 진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까지.

연세대학교에서 국내 최고 맥주 전문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비어도슨트과정도 같이 진행하고 있고.

단순히 수제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가 아닌, 수제맥주의 독립적인 문화를 만드는 일까지 세밀하면서도, 동시에 넓고도 크게 수제맥주의 문화를 넓혀가는 그런 곳이었다.

정보를 찾아 공부하면 할 수록 독립맥주공장 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브루어리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예전 한때, 편의점에서 수제맥주가 정말 그야말로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로 집에서 혼술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그때가 절정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요즘은 한풀, 아니 세풀은 꺽인 듯한 느낌이다. 물론 수제맥주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또 생활 속에 자연스럽고도 깊게 파고들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편의점에서 독특한 이름만 달고 마구잡이로 뽑아내던 그런 맥주는 수제맥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수제맥주야? 맛없는데? 라는 선입견만 심어준 것 아닌가 싶은 안타까움이 더 크다.

하지만 한국 수제맥주의 미래는 아직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고 당연히 더 발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단법인 맥주문화협회까지 운영하며 수제맥주 문화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정동 독립맥주공장 같은 곳이 있으니까.

그리고 사족이지만 한국맥주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여러가지 이벤트를 가보면 만날 수 있는 정말 수제맥주를 사랑하는 많은 덕후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덕후에 슬쩍 끼워넣고 🙂

오늘도 수제맥주를 위해 파이팅! 그러니까 이제 바로 맥주 한 잔 시작!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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