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브루어리, 강릉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수제맥주 맛집
국내 브루어리 투어(Korea Brewery Tour),  브루어리 투어(Brewery Tour)

버드나무 브루어리, 강릉의 숨결을 담다.

사람 그리고 맥주, 어울림의 공간, 버드나무 브루어리

버드나무 브루어리 를 내가 처음 만난것은 2019년 3월의 강릉여행 중 휴식을 위해 방문했던 중앙시장의 작은 커피숍이었다.

아직 수제맥주를 제대로 접해보지 않아 그 맛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당시의 맥주는 굉장히 강렬하고, 쓴맛이 강했던걸로 뇌리에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나의 버드나무 브루어리 방문 목적은 뇌리에 남아있던 5년전 그때 그맛이, 수제맥주를 그래도 좀 마셔본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아보는 것.

2019년 방문 시 찍은 맥주 사진
2019년 당시 찍어뒀던 사진. 아마 색만으로 추측하건데 (지금 있는 메뉴가 그대로라면) 백일홍 레드에일과 미노리세션이 아닐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이번 나의 강릉여행 숙소는 강문해변이라 택시로 약 20분정도 거리였는데, 강릉에서 유명한 중앙시장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1.1km, 도보로도 충분히 방문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브레이크타임이 끝나는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방문포장 손님도 꽤 많아서 북적거리고 있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2015년 강릉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인 강릉탁주공장의 터를 인수해 그자리에 설립한 브루어리로 일제 강점기 시대의 양조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사실 2017년에 방영했던 tvn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에서 소개될 때는 저녁이라 그런지 좀 어두웠던 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환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밝고 탁트인 공간에서 양조설비를 보며 방문포장을 기다릴 수 있고, 구매가능한 맥주와 소주도 따로 진열되어있어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또 웃으며 친절하고 빠르게 응대하는 직원과 즐겁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바로 볼 수 있어 매장이용을 위한 웨이팅을 하면서 나도 같이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은 혼자 힘으로 되지 않으며, 맥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지역주민도, 좋은 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와도 함께 하는것이 모토라고 한다.

마치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는 브루어리의 열린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맥주 라인업

자, 이제 제일 중요한 것 남았다. 바로 맥주를 마셔보는 것.

메뉴 설명을 보니 강릉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맥주 이름도 강릉과 연관된 것으로 지어 지역적인 특색을 정말 잘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독특했던 것은 버드나무책맥이라고 하는 지역서점을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월별 주제가 있고, 책을 구매하면 버드나무 맥주 한잔을 주신다고 한다.

아.. 사실 이거 좀 혼자 감동했다. 책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 맥주 안주인지라.

맛있는 맥주 한 잔, 좋아하는 책 한 권.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고요한 여유. 여러분도 도전해보시길.

드디어 맥주 마시기 시작, 첫 주문은 샘플러

총 8종으로 구성된 맥주 중 시즈널맥주로만 구성된 샘플러가 있어 주문했다.

왼쪽부터 미노리세션, 즈므블랑, 하슬라IPA, 백일홍 레드에일. 색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향과 쓴맛이 점점 진해지니 잔의 글씨 버, 드, 나, 무 순서대로 시음하기를 추천하셨다.

안주로는 강릉에서 채취한 송고버섯이 올라간 시그니쳐 피자. 트러플의 향이 정말 진하게 나는 버섯이 듬뿍 올라간 향긋하고 맥주와 잘 어울리는 피자였다.

1. 드나무 – 미노리세션 (Minori Session) ABV 4.7%, IBU 28.

고두밥을 짓는 우리나라 전통 술 빚기를 응용한 쌀이 40% 이상 첨가된 맥주라고 한다. 심지어 이 쌀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에서 수확한 것이라고.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었고 연하게 탄산감이 느껴져 첫 잔으로 마시기 좋았다.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기 좋은 맛.

은은하게 과일의 상큼함이 느껴져 더운 여름 늦은 밤 해변에서 가볍게 한잔하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맥주였다.

나.. 도대체 그때는 왜 강렬하다고 생각했지? 지금이라면 몇 잔도 시원스레 마실 수 있겠다 싶다.

2. 버나무 -즈므블랑(Zeumeu Blanc) ABV 5.3%, IBU 9

사실 IBU는 미노리세션 보다 더 낮은데도 국화와 산초가 가미되어 그런지 홉의 맛이 더 잘 느껴지는 맥주였다. 그래서 순서를 두 번째에 배치하셨는지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밀맥주로 국화향이 은은하고 바이젠의 바나나향과 약간은 탁한 듯한 끝 맛이 있었다. 밀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블랑(Blanc=흰색)이라는 단어 때문에 뭔가 불어같이 생각되는 이름인 즈므블랑은 저무는 마을 이라는 뜻의 강릉 대전동에 실제 있는 ‘즈므 마을‘에서 따왔다고 한다.

3. 버드무 – 하슬라IPA(Haslla IPA) ABV 6.1%, IBU 41

IPA가 가지고 있는 열대과일의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향이 생각보다 세지 않아 홉에서 느껴지는 쌉쌀함이 은근히 더 강하게 올라와 약간 묵직한 목넘김을 준다.

4. 버드나무 – 백일홍 레드 에일(Baegilhong Red Ale) ABV 6.2%, IBU 32

향에서는 튀게 올라오는 것이 없고, 색이 붉게 진한 것에 비해 바디감은 가벼웠다. 또 볶은 맥아에서 오는 은은하지만 뭔가 우아한 달큰함이 있었다.

빡! 하고 오는 단순한 달콤함이 아니라, 은은한 단맛. 달큰함. 다른 사람도 동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느끼는 이 미묘한 차이를 이렇게 단어로 표현 할 수 있다니.

새삼스럽지만 위대한 한글 만세다!!

두번째 맥주, 한정판 주문하기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단어는? 한정판 아닐까. 왠지 그 단어만 붙으면 반드시 마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5. 한정판 – 순긋 시트라 사워(Sungeut Citra Sour) ABV 5.5%, IBU 10

더운 여름에는 사워에일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친 몸에 상큼함을 더해 활력을 주는 느낌이랄까.

약한 탁한 외관이지만 시트러스함이 잘 살아있고, 가벼운 바디감에 레몬맛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마시고 난 후에도 새콤함이 입에 남아 왠지 매운 떡볶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가볍게 음료처럼 마실 수 있는 맥주였다.

순긋 이라는 이름은 경포 해변의 북쪽에 있는 순긋 해변에서 따왔다고.

6. 한정판 – 여름에 라거(Yeoreum Lager) ABV 4.6%, IBU 21

여름에 라거인데 summer 로 표기 한 것이 아니라 발음 그대로 yeoreum으로 한 것이 꽤 재미 있다. 게다가 버드나무에서 직접 재배한 쌀을 담은 라거라고 하니 이것 또한 독특하다.

향이 진한 맥주를 마시고 난 후에 마셔서 그런지 꼭 물처럼 꿀떡꿀떡 넘어갔다. 더운 여름 땀 흘리며 걸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주문해 벌컥벌컥 마시기에 딱 좋은 맥주였다.

탄산감이 세지 않고 깔끔해 안주로 주문했던 향이 진한 송고피자와 먹으니 맥주가 한층 더 가벼운 느낌이 든다.

7. 대굴령 페일에일(Deagullyeong Pale Ale) ,ABV 5.8%, IBU 35

첫 모금에는 향긋한 꽃향과 깔끔한 홉향이 나고 중간정도 바디감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달콤하지만 드라이한 끝맛이 꽤 두드러지게 남는 맥주.

아, 대굴령은 대관령의 강릉 사투리라고 한다.

8. 경포 더블 IPA(Gyeongpo Double IPA), ABV 9%, IBU 70

확실히 더블IPA답게 빡 하고 센 느낌이 있다. 풍부하게 올라오는 홉의 맛이 향긋하지만 오늘 마신 맥주 중에 제일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앞에 맥주들이 대부분 가벼워 더 세게 다가온 것 같았다. 완전 반전이랄까.

탁한 외관이 꼭 헤이지IPA와 같았고, 확실히 아메리칸 스타일의 더블 IPA답게 홉의 맛이 정말 강조되어 표현된 느낌이었다.

아마 제일 먼저 마셨다면 도리어 다른 맥주는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마셔야 할 맥주로 추천한다.

5년만에 제대로 만난 버드나무 브루어리

자, 그럼 이제 상큼하게 결론을 내자면,

5년 전 접했던 버드나무 브루어리 맥주에 대한 나의 기억은 완전 뒤집혔다.

강렬하고 쓴맛이 세다기보다 적절한 균형을 잡아 꽤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 그렇다면, 나.. 수제맥주 덕력이 이제 조금은 올라간걸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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