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익선동 에일당
국내 브루어리 투어(Korea Brewery Tour),  브루어리 투어(Brewery Tour)

데이트하기 좋은 익선동의 수제맥주집, 에일당

에일당, 고즈넉한 한옥에서 수제맥주 한잔 아니, 두잔?

오래된 건물과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예쁘고 감각적인 가게들로 가득해 꽁냥꽁냥 데이트하기 좋은 거리, 익선동 한가운데 에일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에일당은 1920년에 지어진 오래된 한옥의 우아한 형태를 그대로 살려 공간을 구성해 맛있는 음식과 가볍게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에일당은 종로양조라는 브루어리에서 만든 모든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펍으로 낮부터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되시겠다 🙂

워낙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익선동인지라 웨이팅을 각오하고 갔는데 중정에도 테이블이 놓여있고 내부 공간도 꽤 넓어 자리도 많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다.

게다가 문을 넘자마자 조용하고 따뜻해 시끌벅적했던 바깥 세상과는 또 다른 곳으로 들어간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에일당 의 맥주를 만드는 종로양조는?

종로양조는 2016년 12월 낙원상가에서 오픈, 익선IPA를 시작으로 탑골포터, 종로라거등 다양한 수제맥주를 만들고있는 브루어리이다.

종로 낙원상가에 양조장이 있고 한옥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라 그런지 모든 맥주에 한국스러운 이름이 붙어있는데, 익선동이라는 위치와도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주문은 각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로 하는데, 종이로 된 메뉴판을 같이 주셔서 천천히 넘겨보면서 맥주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다.

오늘은 낙원필스너, 맥걸리, 와일드 세종이 아쉽게도 품절.

브렛에 빠져있는 요즘 와일드 세종이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어차피 내 주량은 한정되어있고 다른 종류가 많아 크게 아쉽진 않았다.

그리고 술에 약한 사람도 충분히 맥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지만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라들러까지 준비되어있고,

화덕피자, 파스타, 바베큐폭립, 샐러드 등 다양한 식사메뉴도 있어서 맥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함께 오기에도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오늘 내가 주문한 안주는 바질토마토 화덕 피자, 윙, 나쵸, 감자튀김 SET!

양이 많은 것 같아도 첫끼니까 괜찮아! 잘먹는 남편이 같이 있어서 더 괜찮음! 핫핫!

오늘 주문한 첫 종로양조 맥주는,

일단, 남편의 몫으로 기본 주문하는 라거와 IPA 두종류, 벨지안 위트에일, 엠버라거, 고제를 추가했다.

요즘은 왠지 샘플러가 제대로 맥주맛이 나질 않는 기분이 들어 한 잔으로 주문해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지만..

(그러고보니… 탑골포터를 안마시고 빼먹었구먼…분명 마무리로 마시려고 했던 기억만이.. 저..멀리..)

1. 종로라거 – ABV 4.6%, IBU 14

에일당 대표라거. 라거답게 맑고 밝은 황금색이다. 탄산감은 거의 없는 가벼운 느낌의 라거였다.

라임을 넣어 상큼한 향을 난다고 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나는 백일홍같은 꽃향기가 느껴졌고, 깔끔한 맛이라 첫 잔으로 맥주 입맛을 돌게 하기 좋은 라거였다.

2. 익선IPA – ABV 5.7%, IBU 40

에일당의 대표 맥주라고 한다. 언뜻 보면 라거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밝은 황금색이다. 색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가벼운 바디감이었다.

열대과일향이 은은하게 강하지 않고 시트러스함 보다는 달콤한 자몽같은 맛이 느껴졌다.

대표맥주가 라거와 에일(IPA임에도) 모두 가벼운 타입인 것은 아마 익선동이라는 위치적인 특성 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은 맥주여야 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3. 익선IPA 블랙 – ABV 7.3%, IBU 32

앞서 마신 익선IPA의 검은 버전으로 기본 IPA레시피에 블랙몰트를 조금 섞어 색을 더한 것 같았다.

익선IPA에서도 향은 강하지 않았는데, 블랙버전은 질감이 부드러워진 반면 향이 거의 없어졌고 연한 스타우트같은 피니시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색에서 받는 선입견때문일까, 내게는 IPA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내가 생각하는 블랙IPA는, IPA의 느낌이 먼저 치고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IPA는 없어지고 진짜 가벼운 스타우트만 남은 그런.

아마, 그래서 묵직한 스타우트나, 향이 진한 IPA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검은 색의 맥주가 될 수 있을 것 같긴하다.

두번째 주문한 맥주는.

4. 엠버라거 – ABV 6.5%, IBU 25

어두운 붉은색에 가까운 예쁜 라거였다. 향은 거의 없었고 색으로 보아 조금은 묵직한 카라멜같은 단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간 정도의 바디감으로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고, 달콤한 몰트의 맛이 은은한데 끝맛이 깔끔하게 딱 떨어졌다.

5. 창덕화이트 – ABV 5.4%, IBU 16

레몬그라스와 오렌지필을 넣은 벨기에식 밀맥주로 그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있었다.

무겁지 않게 적당히 달콤한데 콤콤한 맛이 느껴져 밀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편하게 마실 수 있었고 앞에 마셨던 맥주들이 대부분 가벼워 그런지 상대적으로 오히려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원픽은 창덕화이트.

6. 체리 고제 – ABV 4.3%, IBU 8

고제도 너무 좋아하고 체리도 너무 좋아해서 좀 많이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운 아이였다.

사워함이나 콤콤함도 없었고 달달한 체리주스같은 느낌이었다. 체리시럽이 들어간 음료같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세션이라 그런지 고제의 특징이 내게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투명한 듯 바알간 붉은 색은 참 예뻤다.

익선동에 잘 어울리는 가볍게 즐기기 좋은 수제맥주, 에일당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맥주가 다가가기 쉬운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맥주의 맛이 장소에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편안한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천천히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맥주의 맛이 대화나 이야기를 나눌 때 방해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나도 요즘 일이 많아 거의 한달만에 방문한 브루어리 투어였는데 맥주에 대해 기록을 하긴 했지만 집에 와서 남은 가장 큰 기억은 “아, 즐거웠다.” 였다.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맥주를 자연스럽게 마시며 잘 놀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진하고 특성이 강한 맥주를 선호하고 좋아하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수제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일단 맥주를 마신다면 결국 이거면 되지 않나 싶다. “아, 오늘도 즐겁게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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