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 요나 비어 웍스
브루어리 투어(Brewery Tour),  해외 브루어리 투어(World Brewery Tour)

요나 요나 비어 웍스, 도쿄의 어른이 놀이동산

샘플러에 즐거움을 더하다, 요나 요나 비어 웍스 간다점

도쿄 브루어리투어 이틀 차. 일요일인 오늘은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픈 하는 요나 요나 비어 웍스(YONA YONA BEER WORKS)를 찾아왔다.

도쿄역에서 JR을 탔다면 한 정거장, “간다”역에 내려서 북쪽 방향 출구로 나간 후 스타벅스가 있는 블럭을 따라 직진으로 5분정도만 걸어가면 요나요나를 만날 수 있다.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11시반부터 오픈이기 때문에 주말 점심 맛있는 맥주 마시기 완전 제격인 곳이다.

요나 요나 비어웍스는 창업자가 미국 유학시절 에일 맥주를 마셔본 것을 계기로 “맥주에 맛을! 인생에 행복을!” 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1997년 브루잉을 시작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도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요나요나의 맥주는 매일밤 마셔도 질리지 않는 가벼운 에일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사실 가게의 이름인 요나요나 라는 말 자체가 よなよな [夜な夜な] 매일밤, 밤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매일 밤, 맛있는 맥주라니,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는 정말 솔직하고 직관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요나 요나 비어 웍스 맥주 라인업

생각보다 맥주 라인업이 꽤 다양했다. 기본 라인업 6종, 리미티드 비어 5종, 스페셜 비어 2종으로 총13종류의 맥주가 준비되어있다.

주문은 핸드폰 큐알코드로 주문하면되고, 맥주메뉴에 들어가면 그 맥주에 잘 맞는 안주를 같이 추천하고 있어 주문에 참고하기 좋았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꽤 흥미로운 샘플러를 주문했다.

가볍게 맥주 3종을 고를 수 있는 샘플러(BEER FLIGHT)를 제치고, 호기롭게 주문을 외친 것은 바로 요나요나 메리-고-라운드(YONA YONA MERRY-GO-ROUND).

마치 맥주잔으로 만든 회전목마 같은 비주얼인데, 작은 사이즈 250ml 9종의 맥주와 1개의 스페셜 비어인 발리와인(180ml)이 포함된 무려 10종의 맥주 샘플러 되시겠다.

요나 요나 비어 웍스 10종 샘플러

너무 재미있어 마구 돌려보며 즐겁게 놀며 마셨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너무 종류가 많다보니 나중에는 맥주가 미지근해져버린다는 것.

(저 맥주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신나는 영상은 beerbrained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세요 🙂 )

시원하게, 천천히 즐기실 분들은 얌전히 3종을 고르는 샘플러를 주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 주문한 요나요나의 안주

나중에 찾아 보니 이 브루어리의 시그니쳐 안주는 로스트치킨이었다. 일본산 다테닭으로 만든 로스트 치킨은 ‘요나요나 에일’에 맞춰 만든 요리란다. 이거 먹을걸!

하지만 오늘 내가 주문한 안주도 요나에서 자체 제작하는 소시지였다. 총 10종의 소세지 중 1개, 3개, 5개를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양념을 첨가한 견과류, 얼마전 맥주이야기만 합니다. 책을 보고 페어링 해보려고 벼르고 있었던 특별안주 굴까지 주문 완료.

견과류는 약간 달콤한 양념으로 가볍게 먹고 좋았고, 소세지는 칠리카레, 플레인, 차조기맛으로 선택했는데, 차조기가 약간 고수처럼 향이 강해 호불호는 있을 듯 했다.

견과류와 소세지는 대부분의 맥주와 잘 어울려 맛있었지만, 굴 자체는 꽤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곳의 맥주와의 페어링은 대실패.

굴을 먹은 후 맥주를 마시니 마치 덜 익은 감을 먹은 것처럼 떫떠름한 맛이 나면서 해산물의 비린 맛이 너무 확 올라왔다.

맥주 회전목마 하나씩 맛보기

10종에 추가 한정판 맥주까지 총 12잔을 주문해 종류가 많으니 정말 간단하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맥주 회전목마를 마시며 신나게 노느라 기록을 한 줄씩만 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에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1. HAZY IPA 2024 – ABV 6.0%, IBU 25, 한정판

– 2024년 새로 배치된 헤이지IPA. 헤이지스러움을 충실히 표현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탁한 농도에 묵직한 파인애플 주스같은 밀키한 질감이었고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이 짙은 맥주였다.

2. 요나요나 에일(YONA YONA ALE) – ABV 5.5%, IBU 41

– 이곳의 시그니쳐 맥주. 달큰한 카라멜의 맛이 잘 느껴지면서 케스케이드 홉을 듬뿍 넣어 은은한 시트러스한 향이 나는 호박색의 가볍고 깔끔한 에일이다.

대부분 저녁 반주로 라거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매일밤 이 요나에일을 편안하게 마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3. 카루이자와 비어 크래프트 사우르스 블랙IPA (BEER CRAFT SAURUS BLACK IPA) – ABV 6.5%, IBU 40, 한정판

– 가벼운 바디감으로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블랙 IPA. 탄 맥아의 맛과 홉의 향은 많이 안 느껴지고 마치 약간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맛이었다.

4. 카루이자와 비어 크래프트 사우르스 브릿IPA(BEER CRAFT SAURUS BRUT IPA) – ABV 7.0%, IBU 35, 한정판

– 브릿IPA(BRUT IPA)는 단맛이 적고 드라이한 샴페인을 뜻하는 용어인 브릿에서 나온 맥주 용어이다.

맥아에서 오는 단맛을 없애니 맥주의 맛이 굉장히 라이트해지고 홉의 향이 정말 강하고 세게 훅 치고 들어와 그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신기한 맥주.

5. 인도 노 아오니 (INDO NO AOONI, IPA) ABV 7%, IBU 62

– 일본어로 하는 말장난 같은 맥주 이름이었다. 내 임의대로 해석해보자면 인도의 푸른(아오) 도깨비(오니) 라는 뜻인 것 같다. 파란색의 도깨비 모양 캔의 이미지 그대로다.

이 맥주는 IPA이다. 게다가 IBU가 62나 되는. 약간의 시트러스함도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 맥아의 달큰함이 강조되어있고 홉의 향이 날카롭게 들어와 시트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도수도 꽤 높아서 취기가 금방 오를 것 같은 센 맥주였다. 이것도 편의점에 있으니 진하고 센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은 도전해보시길.

6. 수요비 노 네코(SUIYOBI NO NEKO, BELGIAN WHITE ALE) – ABV 5%, IBU 11

– 수요일의 고양이. 벨지안 위트에일이다.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다. 바나나의 향이 은은하게 나고 깔끔한듯하지만 마지막에 뭔가 미끌거리는 느낌이 드는 맥주였다.

7. 우라 도리 노 돈다바다(URA DORI NO DONDABADA, FREE-STYLE BELGIAN GOLDEN ALE) – ABV6.0%, IBU 35

– 해석하자면 뒷(우라) 골목(도리) 의 돈다바다. 인데 돈다바다가 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 손 좀?

아무튼, 이 맥주는 프리스타일의 벨지안 골든 에일로 마치 라이트 라거처럼 경쾌한 느낌이었다. 정말 가벼운 느낌이 든다 했더니 포도당을 사용해 맥아의 사용량을 줄였다고 한다.

8. 보쿠 비어, 키미 비어(BOKU BEER KIMI BEER, SAISON) – ABV 4.5%, IBU 23

– 나의 맥주, 너의 맥주 라는 이름을 가진 세종(SAISON)맥주이다. 세종은 벨기에나 프랑스의 농가에서 여름에 일을 하며 마시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맥주 종류 중 하나인데,

농가에서 만든 맥주다보니 적당히 있는 재료로, 도수도 낮춰 마시기 편하게 만든 것이 세종의 특징이기도 하다. 요즘은 그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 세종도 다른 맥주보다 드라이홉을 두배 더 사용해 마냥 가볍지 않고, 꽤 홉향이 강하지만 깔끔하고 가벼웠고, 열대과일의 향이 진하게 났다.

9. 야마 노 우에 뉴이(YAMA NO UE NEW’EE, KO-SHIN NOBLE HOP ALE) – ABV 4.5%, IBU 28

– 레몬그라스가 들어간 가벼운 맥주. 허브향과 꽃향이 정말 진하게 나는 맥주였다. 하지만 향에 비해 맥주의 맛은 너무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들어 좀 아쉬웠다.

10. 카루이자와 비어 크래프트사우르스 페일에일(BEER CRAFT SAURUS PALE ALE), ABV 5.5%, IBU 42 , 한정판

– 아메리칸 페일에일. 깔끔하고 가벼운 느낌의 페일에일. 홉의 향이 잘 느껴지는 맥주였는데, 홉을 너무 강조해서 오히려 인디안페일에일에 가까운 느낌.

11. 네무레루 시시시(NEMURERU SHISHISHI, Barley Wine), ABV 10%, IBU 32

– 맥주 회전목마 중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맥주로 발리 와인이다. 가장 도수가 높은 맥주로 마치 농익은 포도주 같은 진한 향과 맛의 맥주였다.

12. 카루이자와 고원맥주2024(SESSION RED ALE), ABV 4.5%, IBU 30

– 2024년 한정판매 레드에일. 바디감은 라이트한테 산뜻한 달콤한 맛이 느껴지고 꽤 밸런스가 잘 잡힌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급으로 많이 마셨네요, 요나 요나 비어 웍스

사실 두명이 이 샘플러를 시키는 것은 조금 무리였나 싶다. 게다가 추가 주문까지. 서빙 직원도 걱정되셨는지 얼음물을 체이서로 계속 가져다 주면서 괜찮은지 물어봐주셨다.

사실 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비주얼에 꽤 즐겁게 마시며 놀긴 했다. 이야기도 많이 하며 천천히 마셔서 그런지 전혀 취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 많은 맥주를 사진 찍고, 이름과 맛을 기록 해가며 마시다 보니 맥주가 미지근해지고, 나중에는 살짝 질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즐거운 맥주를 마시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맛있는 맥주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실패한 느낌이랄까.

그러니 여러분, 만약 2명이라면 3종 샘플러로 맛있게 즐기시고, 2명 이상이면 이 맥주 회전목마를 주문해 신나게 돌리며 즐겁게 드시길 추천 드립니다.

아, 잠깐만요, 예? 애초에 2명인데 저걸 주문한 제가 이상한.. 이상한거라고…요? 보통은 주문 할 생각 안한다고….요??

에이, 그럴리가, 저렇게 재밌어 보이는데 어떻게 주문 안해요? 안그래요?? 맥덕여러분??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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