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맥주, 개화기 레트로 느낌 충만 브루어리
차이나타운 보고, 바다열차 타고, 인천맥주도 한잔?!
요즘 내 여행의 대부분은 가보고 싶은 브루어리를 먼저 고른 뒤 그에 맞춰 여행일정과 숙소를 정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인천맥주는 반대로 인천 월미도를 한바퀴 도는 바다열차에 대한 소개를 보고 여행을 결정 후 가까운 브루어리를 찾다가 방문하게 된 곳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붉은색 정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인천아트 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등을 지나 도보 50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도착.


건물 외관은 진한 파란색이 아이보리색의 벽과 대비되어 시원하면서도 뭔가 짙은 레트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운영시간은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4시 오픈,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후 1시 오픈, 라스트오더는 8시 30분이다.
인천맥주, 수제맥주는 있지만, 안주는 없습니다.
인천맥주에서는 안주는 전혀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맥주만 존재할 뿐.
대신 본인이 원하는 안주는 반입 가능하니, 주변에 있는 신포시장이나 편의점에서 원하는 안주를 구매해 가면 된다.
단, 중요한 것은 먹고 마신 후 테이블 뒷정리도 본인의 몫임을 반드시 명심 할 것!
우리는 점심으로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먹은 후라 안주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육포와 감자칩을 준비해갔다.
아마 브루어리 길 건너편에 인천맥주호랑이라는 탭룸을 새로 오픈해 안주와 맥주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이곳에서는 안주를 제공하지 않는 듯 했다.
비건인증 라거맥주부터 임페리얼스타우트까지 인천맥주 라인업


맥주는 1층에 키오스크에서 주문이 가능하고, 현재 주문이 불가능한 것은 메뉴를 뒤집어 표시 해두고 있었다.
오늘 주문이 가능한 맥주는 개항로라거, 바나나화이트, 파도(골든에일), 사브작IPA, 몽유병(더블IPA), 레몬플럼(헤이지IPA), 턱시도(임스)로 총 7가지.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바로 앞에서 탭에서 따라준 맥주를 받을 수 있고, 병맥주로 테이크아웃을 할 사람들은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계산하면 된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레트로함을 느꼈지만 대표맥주의 이름도 개항로라거, 테이크아웃 세트 포장도 옛날 종이로 포장된 쌀포대의 모양이다.
맥주병의 모양이나 로고, 팜플렛을 보면 서양의 문물을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딱 개화기시대에 있을법한 진짜 독특하고 레트로한 분위기였다.
개화기시대의 인천항으로 돌아간 것같은 느낌이라 왠지 맥주의 맛도 레트로라면 어떤 맛 이려나 하는 엉뚱한? 기대감까지 들었다.
오늘 인천맥주에서 마신 맥주는


1. 개항로라거 – ABV4.5%, IBU 8
인천맥주의 대표로 국내 최초 비건인증 맥주라고 한다. 밝은 황금색에 탄산감은 생각보다 꽤 있고, 몰트의 고소함이 연하게 느껴지는 정말 가벼운 맥주였다.
근데, 원래 맥주는 다 비건 아닌가?!?! 싶지만, 침전물을 거를때 동물성 젤라틴같은 것을 사용하면 비건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2. 사브작IPA – ABV 5.5%, IBU 30
헤이지 IPA로 시트라와 모자익홉을 사용한 미국식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맥주. 이것도 비건인증을 받았다.
탁한 금귤같은 색에 약간은 텁터름한 끝맛이 돌았다. 뉴잉중에서도 조금 가벼운 듯한 질감이었고 탄산이 조금 세서 그런지 과일의 맛과 시트러스한 향이 약하게 느껴졌다.


3. 파도(골든에일) – ABV 4.5%, IBU 10
레몬껍질과 라임껍질을 갈아넣어 만들었다고 하더니 라임향이 강하게 코를 찔렀다. 밝은 황금색으로 라임껍질 하얀부분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깔끔한 맥주였다.
라거가 조금 심심한 느낌이었다면 파도는 라임맥주처럼 약간 상쾌한 맛이 느껴졌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비건맥주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게 인천맥주 오늘의 원픽.
4. 레몬플럼(사워 헤이지 IPA) – ABV 6.0%, IBU 38
이 레몬플럼은 일단 스토리는 즐거운 맥주였다. 앞서 마신 파도를 만들 때 껍질만 쓰고 버려지는 레몬 과육이 아까워 맥주에 넣다가 탄생했다고 한다.
또 크바익이라는 노르웨이 전통 효모를 사용했는데, 농가에서 맥주 만들 때 쓰던 것으로 발효 온도가 2도에서 35도까지로 사용에 자유로운,
40도에서 발효해도 오프플레이버가 발생하지 않고, 생존력도 뛰어나고, 매우 적은양으로도 양조가 가능한 거의 아이언맨급 효모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나, 오히려 맛과 향에서 약간 애매모호한 느낌이었다.
헤이지IPA답게 탁한 오렌지색이었는데 사워한가?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로 연하고 향도 나지 않아 마치 과일함량이 높지 않은 과일주스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인천맥주, 나에게는 간이 안맞는가봉가~
사실 수제맥주는 대부분 소규모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그 맥주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땀방울, 피나는 노력이 들어가는지 조금은 알것 같아,
브루어리를 방문하고 혹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런 부정적인 말을 쓰고 싶지 않아 그냥 폴더 속에 묻어둔 경우가 좀 있었다.
(내가 뭐라고.. 싶은 생각도 있고. 아무도 관심 없을 가능성이 1000%지만, 나의 얄팍한 노파심에.)
그런데 요즘 맥주 시음수업을 다니면서 맥주교육원 원장님에게 정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게 된 격한 공감의 명언 한마디를 들었다.
그 브루어리의 맥주가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음식의 간처럼 내게 맞는 ‘양조장의 간’이 있는거라고!
정말 신선한 생각의 전환이었다.
나는 홉의 향이 강한 IPA, 침이 고이게 하는 사워에일, 콤콤한 브렛효모의 람빅같은 특징이 강한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튀는 맛 없이 은은한 맛을 가진 인천맥주는 뭔가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낙서로 뒤덮혀 정신없는 환경과 플라스틱 컵 서빙까지. 맥주는 분위기까지 같이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면에서 내게 복합적으로 약간 맞지 않는 양조장의 간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럼, 이제 다시 내게 맞는 간을 찾아서, 브루어리 투어 다시 시작 해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