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머리 브루어리, 즐거움의 맥주를 그대에게
번개처럼 가서 맥주 마시고 왔습니다, 크래머리 브루어리
오늘은 계획형 인간 대문자 T로 살아온 내인생의 최초였던, 당일 숙박예약 후 맥주 마시러 후다닥 다녀온 가평의 크래머리 브루어리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번개같은 여행의 시작은 마음이 달뜬 금요일, 업무시작 전에 내 눈에 띄어버린 크래머리 인스타 속 스모크 바베큐 플래터와 바질사워 맥주였다.
사실 크래머리 브루어리는 2022년 8월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는데, 남편은 운전때문에 마시지 못하고 나혼자만 수제버거에 맥주를 실컷 마시고 왔더랬다.
혼자 마시고 온 것이 아쉬워 계속 눈팅하고 있던 찰나 정말 맛있어 보이는 바베큐와 맥주를 보고 아예 숙소를 잡고 제대로 마시러 다시 방문 한 것.
2년여만에 다시 갔더니 기존에 맥주를 마시던 건물은 통째로 양조공간으로 바뀌고, 바베큐를 만드는 스모크하우스와 레스토랑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건물이 늘었네요? 하고 여쭤보니, 23년 10월쯤 기존 건물은 양조장으로 바꾸고 바로 맥주를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를 연결한 레스토랑과 스모크 하우스를 새로 오픈했다고 하셨다.
옆의 양조장에서 워크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바로 서빙되는 맥주라.. 정말이지.. 이건 뭐 맛없없이지!!



(기존 레스토랑건물)
일단 안주는 당연히 스모크하우스에서 훈연된 바베큐 플레터
특제시즈닝을 하고 참나무로 저온에서 12시간을 훈연했다는 바베큐는 고기 육즙의 맛도 진하고 향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진짜 주문하고 거의 5분도 안되 나온다. 후다닥.
30분마다 크래머리 맥주 원액을 뿌려 구워 그런지 대부분의 맥주와도 잘 어울렸고, 고기는 포크를 대자마자 정말 스르륵 하고 부드럽게 뜯어졌다.

내가 주문한 2~3인용 클래식 바베큐 플래터는 스페어립(400g), 풀드포크(200g), 그릴치킨(300g), 감자튀김, 비프칠리소스, 토마토살사소스, 코울슬로, 모닝빵4개, 옥수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 내 원픽은 스페어립. 잡내 하나 없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양이.. 정말 많았다.. 이날은 하루종일 굶은 상태였는데도 다 비우지 못했다.. 이제 생각하니 남긴 고기가 아깝네..흠..
크래머리 브루어리 맥주 라인업
크래머리 브루어리는 정통 독일맥주 스타일로 양조를 하는데, 2019년 부터는 독일 대사관의 만찬주로 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국내에는 독일식 양조를 하는 브루어리들이 꽤 많은데, 대사관 만찬주로 공식 납품을 하고 있다는것은 맥주로 독일의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봐도 되려나 🙂
내가 방문했을 때는 새로 배치된 바질사워를 포함하여 총 10종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크래머리가 보유하고 있는 맥주 레시피만해도 73종이라고.


아, 그리고 크래머리에는 정말 독특하고도 술꾼들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맥주 프로모션 이벤트가 있었다. 이번에 내가 주문한 맥주 방식도 바로 이것.
대부분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서빙로봇이 바로 맥주를 가져다 주는데, 이 프로모션을 주문하면 맥주가 아닌 맥주와 교환이 가능한 캔뚜껑 3개를 준다.


이 캔뚜껑을 서빙탭이 있는 카운터로 가져가면 시음도 가능하고, 10종의 맥주 중 3개를 가격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작은 샘플러잔이 아닌 500ml 잔으로 말이다!
나는 이 캔뚜껑을 3번 주문해서 9종을 마셨고(제정신?!), 1종은 재방문 기념 선물로 샘플러잔에 주셔서 운좋게도 모두 마셔볼 수 있었다. 완전 러키비키잖아!!
너무 많다 싶어도 다 마시지 못한 캔 뚜껑은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캔맥주와도 교환 가능하니 참고!
캔뚜껑 3종으로 주문한 첫 맥주는?



8. 가평물안개(OATMEAL IPA), ABV 6.5%, IBU 35
뉴잉스타일의 맥주로 바질사워만큼 궁금했던 아이. 크래머리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라고 한다. 오렌지같은 상큼하고 은은한 꽃향이 퍼지는 맥주였다.
홉의 향이 과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바디감이라 수제맥주나 IPA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맛이었다.
2. 크래머리라거(KRAEMERLEE LAGER), ABV 4.7%, IBU 21
독일에서는 물처럼 마시는 맥주 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역시 한국사람에게 첫잔은 라거 아닌가. 🙂
하지만 조금 아쉽게도 내게는 라거에서 느낄 수 있는 곡물의 깔끔함과 보리의 구수한 풍미보다 약간 철맛? 같은 새큼한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시트러스하고 침이 고이는 맛있는 새콤함이 아니라 뭔가.. 좀 반갑지 않은 시큼함이랄까. 잉?스러운..
아.. 뭐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이래서 요즘 맥주맛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진짜 절실하게 느낀다. (여담이지만 이런 이유로 10월부터 맥주시음관련한 수업을 들으려고 등록해두었다. 휴..)
아무튼.. 내취향은 아닌걸로.
6. 크래머리 IPA(KRAEMERLEE INDIA PALE ALE), ABV 6.5%, IBU 25
수요미식회 버거편에 추천맥주로 등장했던 맥주라고 한다. 몰트의 바디감과 적절한 홉의 향이 밸런스가 좋았던 IPA였다.
가벼운 앰버에일에 가까운 느낌으로 곡물의 달콤함과 비스킷의 구수한 느낌이 내게는 더 강하게 느껴졌고 홉의 쌉쌀함은 끝에 살짝 감돌았다. 잔잔한 맛의 IPA.
크래머리 브루어리 캔뚜껑 프로모션 두번째 주문하기



9. [한정판] 사우어가이스트 바질(SOUTGEIST BASIL), ABV 7%
드디어 등장이다. 강릉 브루어리 바이현의 바질 사워맥주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하며 마셨다.
사워한 느낌보다는 바질의 맛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느낌이었다. 마치 바질페스토나 바질 허브티를 먹는것처럼 향이 진하게 나는 와중 은은하게 새콤함이 올라왔다.
크리미해서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중간보다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의 바디감으로 너무 새콤하거나 강하지 않아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바이현의 바질사워가 사납고 강한 느낌이라면 크래머리의 바질사워는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
1. 크래머리 필스너(KRAEMERLEE PILSENER), ABV 4.7%, IBU 30
이 필스너가 바로 평창올림픽과 독일대사관의 만찬주로 선정된 맥주라고 한다.
곡물의 향이 고소하고, 청량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바이젠의 맛이 연하게 느껴진다. 이거야말로 물처럼 꿀꺽꿀꺽 할 수 있는 느낌의 맥주.
5. 페일에일(KRAMERLEE PALE ALE) ABV 5.0%, IBU 30
페일에일로 잘 받아온게 맞나? 싶을 정도로 라거의 느낌이 강했다. 곡물의 향과 비스킷의 구수함이 확 올라오고 시트러스한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색을 보면 페일에일 같긴 하지만 이게 도리어 2번의 크래머리라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세번째 프로모션 이벤트 맥주 주문하기


4. 크래머리 스타우트(KRAEMERLEE STOUT), ABV 6.0%, IBU 29
어휴.. 오늘의 원픽 등장이다. 사실 요즘 내맘에 드는 스타우트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스타우트가 무겁고 진해서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사실 선뜻 손이 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 스타우트는 달랐다. 볶은 맥아의 향과 커피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스타우트의 특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정말 가볍고 깔끔했다.
여름에도 미친듯이 꿀꺽꿀꺽 할 수 있는 스타우트라니. 너무 환상적이다. 집에서도 마시고 싶어서 12캔 세트상품으로 구매해왔다.
크래머리 브루어리, 진짜 여름용 스타우트 맛집 인정.
10. [한정판]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ABV 11%
재방문 기념으로 맥주 한잔 서비스 주신대서 고른 임페리얼 스타우트. 그 와중에 제일 비싸고 좋은 맥주를 고른 나.. 양심 무엇 ㅋ
변명하자면, 마셔보고 싶었지만 임스는 너무 진하고 도수가 높아 한잔으로 시키기에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시음잔으로 주셔도 감사한데 통크게 샘플러 잔으로 주시다니.. 완전 감동..
아무튼, 달콤한 향이 정말 끝내주고 위스키의 느낌이 두드러지지만 그 맛이 날카롭게 튀거나 하지 않았고 카카오나 커피보다는 탄 맥아의 맛이 잘 느껴지는 스타우트였다.
확실히 일반 스타우트와 임페리얼 스타우트 비교하며 마셔보니 묵직함이 정말 다르지만 끝맛은 둘다 깔끔했다.


3. 크래머리 바이젠(KRAEMERLEE WEIZEN), ABV 5.0%, IBU 22
역시.. 여기서도 선호도가 나타난다. 궁금했던 맥주 다 마셔보고 제일 마지막에 시킨 바이젠.
독일 바이에른 스타일의 오리지널 밀맥주로 평창올림픽, 독일대사관 만찬주로 들어가는 맥주라고 한다.
깔끔하고 약간 달달한 맛의 맥주로 과일향이 많이 났는데 그 중 달콤한 바나나향이 생각보다 꽤 세게 훅 들어왔다. 바이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마실 수 있는 달콤한 맥주.
7. 크래머리 바이젠복(KRAEMERLEE WEIZEN BOCK), ABV7.0%, IBU 24
독일식 양조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바이젠복까지 배치되어있었다. 사실 내가 처음 바이젠복을 맛있다고 느낀곳은 크래머리와 마찬가지로 독일식 맥주를 양조하는 통영의 라인도이치.
수요미식회 수제맥주 편에서 추천맥주로 등장했다는 크래머리의 바이젠복은 18년 대한민국주류대상 에일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연혁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복이라는 이름은 조금더 진하고 도수가 높은 맥주에 붙는다. 오랜기간 숙성을 해 알콜 함량이 높고 그만큼 풍부한 아로마와 진한 바디감을 갖는다.
라인도이치의 바이젠복은 도수가 정말 높고 복!!복!!이라고 강하게 외치는 느낌이었다면,
이 아이는 향과 목넘김에서 묵직한 느낌이었지만 마셨을 때 도리어 바이젠보다 조금 더 상큼한 느낌이 들어 가볍게 마실 수 있었다.
번개같이 잡은 여행도 맛있는 수제맥주가 있다면 언제든 즐겁다.
크래머리 브루어리 맥주는 수제맥주의 개성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가벼워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맛이었다.
물처럼 마실 수 있는 독일양조 방식의 맥주가 가지고 있는 특징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크래머리 브루어리가 위치한 가평의 지역적 특색도 한 몫하는 것도 같았다.


서울 근교에 있어 가깝고, 아침고요수목원, 남이섬, 쁘띠프랑스같은 관광지를 비롯해 계곡, 빠지 같은 물놀이 여행지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곳은 애견동반이 가능하고, 여름휴가하면 빠질 수 없는 바베큐까지 정성스럽게 준비되어있으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제맥주로 이보다 좋을수 없을 터.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미리 계획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떠나 더 풍선같이 부풀어 간질간질 했던 그 행복한 기분까지 더해져 크래머리 브루어리의 맥주는 더 기분 좋게 기억 될 것 같다.
여름밤 즐거움의 기억, 크래머리 브루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