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트루트, 속초 설악산을 품은 수제맥주 맛집
크래프트루트 는 속초 설악산을 바라보면서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속초 최초의, 그리고 최대 규모의 브루어리이다.
듣기로는 16년 서울 종로 익선동 크래프트루 를 시작으로 소규모로 수제맥주를 양조해 음식과 페어링하는 형식으로 판매하다 감질난 대표님이 속초에 큰 양조장을 만들어버렸다고.
지금 익선동 한옥거리에 위치한 크래프트루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속초까지 가기 어렵지만 크래프트루트의 맥주를 마셔보고 싶은 사람은 익선동으로 출발!
사실 속초에 있는 크래프트루트는 2017년 오픈한 건물이라 약간 낡은 느낌도 있고 큰길가에서도 좀 깊이 들어가있어 눈에 잘 띄는 위치는 아니다.
그래도 한화리조트 설악쏘라노에서 택시로는 5분, 도보로는 약 30분정도(직선코스라 술마시고 오기 걸어오기 딱 좋음)걸리니 차를 놓고 맥주를 마시기에는 최적화 되어있다.
크래프트루트 내부모습
안으로 들어가면 대형 맥주탱크 두개를 파티션처럼 두고 맥주를 양조하는 탱크를 바라보며 마실 수 있는 안쪽 공간과 설악산을 바라보며 마실 수 있는 창가 공간으로 나누어져있다.
이날은 12시 오픈런(정오부터 낮술이라니, 너무 신나!)을 하는 바람에 사진도 편하게 찍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단 그럼 설악산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맥주 주문하기 시작!


크래프트루트만의 맥주를 주문하는 방법
크래프트루트는 모든 주문은 태블릿으로 한다. 맥주는 샘플러와 420ML잔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일단 맥주 샘플러는 6종의 220ML로 구성되어있고, 2가지 샘플러가 준비되어있었는데 이때 맥주의 종류는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다.
맥주의 종류를 바꿀수 없는 이유를 여쭤보았더니 맥주마다 맛의 특성이 있기때문에 이 샘플러의 구성대로 마셔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샘플러에 매겨있는 알파벳의 순서대로 맥주를 시음하기를 추천하고 있었다.
만든사람이 직접 추천하는 맥주의 조합과 순서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샘플러 1번은 A 갯배 필스너, B 아바이 바이젠, C 동명항 페일에일, D 설콜드 IPA, E 속초 IPA, F 대포항 스타우트 6종으로,
샘플러 2번은 A 속초맥주자니라거, B 여행그램, C 설콜드IPA, D 불티나HPA, E 바다그램IPA, F 대포항 스타우트플러스로 구성되어있다.
나는 2번을 선택했었는데 이날은 질소를 넣어 만들었다는 F 포항 스타우트플러스가 준비되지 않아 샘플러 2번 주문이 아예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일단 샘플러 1번으로 시작.
안주는 페퍼로니 피자로 주문했는데, 두툼한데 주변이 바삭해 고소하고 토마토 소스와 치즈도 정말 많이 들어있어 근래 먹은 피자중에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이시는가. 영롱한 맥주 저 너머로 보이는 눈이 내린 설악산.
이거야말로 맥주 안주로 정말 최고다.
크래프트루트 샘플러 1번
A 갯배 필스너 ABV 5.0% / IBU 20
첫 맥주라 그런지 가볍게 시작한다. 가벼운 맛 끝에 쌉쌀한 홉맛이 살짝 걸쳐진 느낌. 반대편이 비치도록 투명하게 맑다. 독일식 필스너로 깔끔하게 마실 수 있고, 퇴근 후 한잔 시원하게 딱 마시기 좋은 맛.
B 아바이 바이젠 ABV5.2% / IBU 10
바이젠이라는 이름을 달고있는 맥주답게 바이젠 특유의 바나나의 향이 나고 불투명한 색에서 알수 있듯 묵직하고 진한 느낌이다. 토마토소스의 진한 피자를 먹고 마시니 마치 달콤한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 밀맥주로 바이젠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마신 맥주.
C 동명항 페일에일 ABV5.0%/IBU 28
자몽과 라임같은 시트러스한 과일의 향이 잘 느껴지는 페일에일. 깔끔한 홉맛에 느껴지는 쌉쌀함이 밸런스가 정말 좋다. 4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했다더니 역시.
D 설 콜드 IPA ABV 5.3% / IBU 20
페일에일 뒤에 마시는 IPA. 잠시 쉬어가는 타임 같은 느낌. IPA이지만 페일에일보다 IBU가 더 낮아서 그런지 가볍게 느껴진다.
저온 발효를 통해 파인애플과 블루베리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진한 맛의 페퍼로니 피자와 함께 먹으니 깔끔해서 맥주의 맛이 더 돋보이는 느낌.
E 속초 IPA ABV 6.3% / IBU 30
설콜드보다 더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시트러스한 쌉쌀함은 더 느껴진다. 연달아 IPA라 그런지 깔끔하긴 한데 음.. 뭔가 특징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블IPA를 많이 마셔봐서 그런지 왠지 평범한 IPA의 느낌.
F 대포항스타우트 ABV 5.1%, IBU 19
이건 캔입을 구매해왔고, 바로 어제 다시 마셔보았다. 스타우트 답게 색이 무척 진하지만 맛은 묵직한 느낌의 스타우트는 아니었다. 커피의 다크로스팅과 탄맥아의 맛이 잘 느껴지는 맛있는 스타우트.
운동끝나고 배부른건 싫어서 안주 없이 한잔 딱 마시고 기분좋게 잠들수 있는 맛.
크래프트루트 수제맥주 420ml 잔으로 주문 시작
속초맥주자니 라거 ABV 4.5% / IBU 14
속초산 쌀을 첨가해 만들었다고 한다. 2023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 수상작. 라거답게 청량하고 깔끔한 목넘김인데 과일의 아로마가 느껴져서 그런지 라거인데도 가벼운 에일의 느낌도 품고 있었다.
바다그램NEIPA ABV 6.0% / IBU 20
뉴잉글랜드 IPA답게 탁한 외관을 가지고 있고, 열대과일의 풍미가 잘 느껴지는 맥주였다. 망고나 리치같은 부드러운 맛과 시트러스한 아로마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불티나 HPA ABV5.0% / IBU 22
헤이지 페일에일로 보기에도 탁한 색을 가지고 있고, 유당이 들어있다고 설명을 보아 그런지 목넘김도 부드럽게 달콤했다. 쥬시한 느낌이 복합적으로 나는데 홍차의 맛이 조금 느껴지고, 뭔지 알수없지만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다시 마셔보면 알려나..
오늘의 마지막 주문
청초호 골든에일 ABV 4.4% / IBU 12
평범하게 맛있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 익숙해서 왠지 안심되는 맛의 골든에일. 영롱하게 투명한 호박색으로 탄산감은 중간정도의 가볍고 산뜻한 맛이었다. 2022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 수상작.
영랑호 화이트에일 ABV 4.8% / IBU 9
처음 받고 깜짝 놀랐다. 마치 복숭아를 많이 갈아넣어 갈변한 주스처럼 엄청나게 탁한 색의 맥주가 왔기때문이다. 이 화이트에일은 호가든 스타일의 벨기에식 밀맥주라고 한다. 왠지 바이젠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었고, 색은 탁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실키한 느낌이었다.
여행그램WIESSE ABV4.1% / IBU 6
리뷰이벤트로 받은 맥주. 마시자마자 패션후르츠의 새콤함이 부드럽게 확 들어왔다. 생각보다 산미가 꽤 쎄서 작은잔으로 마시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역시 2022년 대한민국주류대상 수상작.
수상하지 않은 맥주가 없는 크래프트루트
이거 쓰고보니 중의적 표현이 되어버렸다.(한글은 역시 위대하다)
궁금해 마셔볼수 밖에 없게 만드는 수상한 맥주가 많은 브루어리, 상 받지 않은 맥주가 없는 브루어리.
뭐.. 내가 말하고자했던 의미는 두번째지만.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어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 외부유통이 허용되며 크래프트 맥주의 붐이 시작되고, 2016년 병입판매를 허용하기 시작하고 많은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부터 시작한 크래프트루트는 벌써 7년차의 중견 브루어리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상을 받고, 꾸준히 그 맛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앞으로도 계속 눈앞에 펼쳐진 웅장하고 멋진 설악산을 안주삼아 맛있는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엄청난 힐링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여러분,
어서오세요 속초에, 그리고 크래프트루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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